작년 '수능 소송' 주인공들 "올해는 같은 문제 없기를"

입력 2022-11-17 16:23   수정 2022-11-17 16:36

“오류는 평가원이 내고, 피해는 학생들이 입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끌고가는 바람에 대형로펌만 이득을 본 셈입니다.”(김정선 변호사)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소송'의 주역인 임준하 씨와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일이 없길 바란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명백한 오류에도 평가원 인정 안해...결국 소송까지

두 사람은 지난해 생명과학Ⅱ과목 20번 문제의 오류를 두고 평가원과 법정다툼을 벌였던 당사자들이다. 임 씨는 응시자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김 변호사는 해당 소송을 이끈 변호사였다. 해당 문제는 풀이 과정 중에 동물의 집단 수가 '음수(-)' 가 되는 오류가 있었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가 없다"며 답을 고수했다. 결국 응시자 92명은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

현재 전남대 의예과에 재학중인 임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시 면접과 소송을 같이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EBS 수능특강’에도 동일한 오류를 가진 문제가 있어 내가 직접 이의를 제기해 정정한 바 있다”며 “동일한 오류라 평가원도 오류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에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자처했다. 그는 “오류가 명백함에도 평가원이 인정해주지 않는 태도에 속에서 뭔가가 올라왔다”고 했다. 이에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뒷일 생각 말고 일단 해보자’며 소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집단지성으로 변론 준비 도와...
"젊은 세대 불의 맞서는 용기에 자극"
하루아침에 '원고'가 된 학생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직접 변론 준비를 도왔다. 이들은 국내·외 학회와 석학들에게 문제 오류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임 씨는 "국내 학회들은 수능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걸 꺼려했고, 이로 인해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며 "이에 응시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해외 학회나 석학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오히려 기성세대보다 젊은 학생들이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도 자극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씨는 "당시에는 수능이 끝나고도 소송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한게 아쉬웠다"면서도 "지금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평가원장 사퇴에도..."학생들 피해" 왜?


소송은 학생들의 승리로 끝났다. 다만 김 변호사는 소송으로 학생들의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제를 전원정답하는 바람에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낮아져 다 같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오류 문제를 완전 삭제하는 등 표준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며 "오류는 평가원이 내고, 피해는 학생들이 보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가원의 이후 대처에 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태로 인해 평가원장만 사퇴를 하고 실무자는 오히려 진급했다"며 "(수능) 이의심사위원장도 외부인사로 바꿨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겼을때 책임을 외부인사에게 떠넘기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 씨 역시 평가원이 문제 출제 과정부터 더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매해 수능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고, 과학탐구 과목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며 "그럼에도 선택과목이라는 이유로 이런 현상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평가원이 문제 출제 과정부터 이의신청까지 검토를 더욱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더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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